iiig
© Tae Young Lee

개인적으로 바르낙 바디 중에서 두 번째로 사용한 사진기다. 나도 처음에는 RDST (Red Dial Self Timer) 라고 부르는 라이카 IIIf를 사용했었다. 매우 튼튼하고 신뢰감이 가는 멋진 사진기였다. 하지만 오랜 기간 아무 탈 없이 잘 사용했음에도 미국식이 아닌 유럽식 셔터 다이얼을 가졌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엄밀히 따져보면 반 스톱의 반 정도 될까 말까 하는 미묘한 차이일 뿐이지만 슬라이드 필름으로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괜히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뭔가 원하는 대로 노출을 제어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IIIg는 바르낙을 사용한다면 놓칠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IIIg를 사용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M3와 비견될 정도로 부드럽고 정숙한 셔터음이다. 어느 아티클을 보면 M3에 사용될 내부 부품들이 많이 도입되었다고 하던데 아마도 그 때문일 거라 생각된다. 실제로 초기부터 IIIf 까지의 바르낙 바디들은 아무리 관리를 잘하더라도 M 바디 보다 셔터음과 충격이 좀 더 크다. 하지만 이 IIIg 만은 이전에 비해 확연히 부드러워진 것을 느낄 수 있다.

viewfinder
외곽으로 50밀리 프레임 라인과 가운데 90밀리 프레임 코너라인이 보인다. Figure adapted from sreed2006 from flickr
finder
프레임 일루미네이션 창 (위 그림에서 II 표기 오른쪽 창)의 도입으로 뷰파인더 안에 프레임라인이 보인다. Figure adapted from Leica IIIg instruction
parallex
레인지파인더의 특성상 거리에 따라서 시야가 약간씩 달라지게 되는데 특히 촬영 최단거리인 1m와 무한대 사이의 시차가 제법 되는 편이다. 따라서 시차를 보정해주는 레버를 통해서 이것을 조정할 수 있다. Figure adapted from Leica IIIg instruction

이전 모델들에 비해 더욱 넓고 시원해진 뷰파인더는 단순히 커진 것에 그치지 않고 이후의 M3 바디처럼 50밀리 프레임 라인을 온전히 다 보여준다. 이전의 바르낙 바디의 뷰파인더들은 프레임 라인이 없으며 시야가 50mm 보다 조금 더 넓은데 촬영습관이나 안경착용 유무에 따라서 촬영을 한 뒤 필름을 보면 프레임이 실제 뷰파인더로 본 것과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IIIg는 50밀리 프레임이 뷰파인더 안에 나타나기 때문에 무척 편리하다. 더구나 90mm 프레임 라인이 별도로 제공되기 때문에 SGVOO 같은 90mm 외장 뷰파인더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이 좋다. 전면에서 보면 양옆으로 레인지 파인더가 위치하고 가운데 뷰파인더와 프레임 라인을 보여주는 프레임이 있으며 이것들을 하우징이 감싸고 있다. 확연히 달라진 점이 눈에 띄는 디자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35mm 프레임 라인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SBLOO 같은 대형 외장 뷰파인더가 아니더라도 WEISO 같은 자그마한 크기의 뷰파인더를 제작할 수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이러한 광각 뷰파인더를 내장하지 않고 50밀리 시야만 보여주는 것은 여전히 좀 아쉽다. 물론 M3 같은 경우는 뷰파인더와 레인지파인더가 일체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외장뷰파인더를 사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기능적으로 큰 차이이지만 바르낙 같은 경우는 뷰파인더와 레인지파인더가 분리되어있기 때문에 어차피 눈을 옮겨서 봐야 한다. 그러니 외장뷰파인더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각보다 적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IIIg는 이전 모델들 보다 높이가 몇 밀리 더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뷰파인더의 크기가 커졌기 때문이다. 바르낙 바디를 사용할 때의 가장 큰 즐거움은 50밀리 엘마렌즈를 침동시킨 채로 카메라 가방이 아닌 외투 주머니에도 쉽게 들어가는 작은 크기에 기인한다. 특히 II, III 같은 바디들은 매우 작기 때문에 크게 활동하지만 않는다면 양복바지의 뒷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있을 정도이다. 이와 비교한다면 IIIg는 단순히 몇 밀리 정도 커졌을 뿐이지만 실제 비교를 해보면 차이는 제법 크게 느껴진다. II 정도의 크기에 모든 기능이 다 들어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만 해본다.

이 라이카 IIIg는 여러 장단점을 가졌음에도 가장 최후의 바르낙 바디로서 가장 완성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요모조모 뜯어봐도 역시나 작고 야무진 그러면서도 든든하고 믿을만한 카메라의 전형을 보여준다. M 바디에 비해서 여전히 더 작은 크기와 더욱 클래식한 외형이 아름다운 사진기이다. 늘 함께할 수 있는 이 작고 아름다운 바르낙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40104438_225963618268368_5703818823669383168_o
© Tae Young Lee, Leica IIIg with Elmar 9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