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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adapted from setantabooks.com

태은이랑 동네 공터에서 잠시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근처 사진책방 이라선에 들러서 책을 한권 구입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감독중의 한명인 타르코브스키의 책. 그를 알게된 건 스무살 때니깐 이십년도 더 전인데 이후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들이 너무 좋아서 결국 다 찾아보게 되었는데 모든 작품들이 정말로 하나도 남김없이 다 좋았다. 사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걸작과 범작 사이를 출렁이며 왔다갔다 하는데 그 처럼 모든 작품이 온전히 다 좋은 사람은 정말 보기 힘든듯 하다. 그의 작품은 시종일관 진실함이 가득하다. 고다르나 앙겔로풀로스의 영화들이 보다 더 지적이고 영화언어에 대한 지식을 요구한다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들은 지적인 허영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인 봉인된 시간에서 언급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야기에서 그 태도를 잘 엿볼 수 있다. 그는 정말로 삶의 모든 순간을 존재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선듯한 경건한 태도로 가득 채웠던 것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 수 있을까? 내가 그를 좋아한다면 아마 내가 동경하지만 결코 가지지 못하는 그런 치열한 태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암튼 이 책은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들 사진들 그가 찍었던 폴라로이드와 가족사진들 그리고 리뷰들로 가득하다. 너무 좋긴 좋은데 뭐랄까 새로운 내용이 없고 사진의 퀄리티들이 너무 떨어진다. 작가가 좀 더 발품을 팔았다면 보다 더 좋은 이미지들을 얻어 수록할 수 있었을텐데 그게 많이 어려웠을까? 하다못해 그의 영화의 배경들 그가 살았던 곳들 몇몇 역사적 장소들을 사진에 담기만 했더라도 좀 더 뜻깊은 책이 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러니깐 사실 좋은 작품이란 머리가 아니라 발에서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누구나 머릿속에서 생각이야 쉽게 하지만 그것을 구현하는건 쉽지 않다. 거기에는 절실한 동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 같다.

Tarkovsky, A., 2013. Andrei Tarkovsky. Emereo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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